우리는 종종 행복이 멀리 있다고 믿는다.
더 특별한 순간을 꿈꾸고, 더 큰 성취를 향해 걸으 며 오늘을 지나친다. 좀처럼 여유를 찾기 힘든 매일 속에서 아직 오지 않은 행복을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러는 사이, 늘 곁에 있던 것들은 어느새 시선 밖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프레리는 그런 시간을 그린다. 프레리의 그림 속에는 극적인 사건도, 화려한 축제도 없다. 대신 햇살이 스며드는 산책길이 있고, 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 머무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여름이 가장 푸르게 빛나는 순간을 느긋이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그녀의 세심한 시선은 캔버스의 곳곳으로 이어진다. 10호 남짓한 소품부터 200호에 이르는 대형 작업까지, 세필 붓으로 수 없이 쌓아 올린 붓질은 쉽게 스쳐 지나칠 작은 잎사귀와 바람의 결, 빛의 흔적에까지 오래 머문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그림은 걸음을 늦추게 한다. 프레리의 풍경은 우리가 지나왔지만 오래 바라보지 못했던 평범한 하루의 장면들이다. 우리가 놓쳐버린 가장 보통의 순간들이다. 그림 속 인물들은 동화 같은 풍경 속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곳은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의 세계가 아니다. 오래 바라본 하루의 풍경이고 지나쳐 온 계절의 한 장면이다. 미처 알아 채지 못했던 평온을 한 걸음 떨어져 마주하게 하는 것. 그것이 프레리가 그림으로 우리에게 일깨우는 가장 조용한 행복의 방식이다.
사실 모두 이미 우리 곁에 있는 것들이다. 햇빛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음을 실감하는 순간이 있다. 피부에 와닿는 따스한 바람의 감촉, 이름 모를 새의 소리와 여름의 냄새를 느끼기도 한다. 기억은 흐려져도 감각은 오래 남는다. 그 어렴풋한 감각들이 여름의 색깔을 빌려 프레리의 캔버스 위에 차곡히 쌓여있다.
아트스페이스 울림에서 선보이는 프레리 개인전 《Ordinary Days: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들의 기록》 은 평범한 하루가 삶을 가장 깊이 회복시키는 순간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행복은 애써 손을 뻗어야 닿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늘 안에 이미 조용히 머물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 전시에서는 무언가를 애써 찾지 않아도 좋겠다. 그저 느긋한 걸음으로 그림 앞에 머물러 보기를 바란다.
창밖의 여름을 바라보듯, 마음을 서두르지 않고, 잠시 이곳에 걸음을 멈추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던 보통 날의 눈부신 장면을 만나볼 수 있기를.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프레리 개인전
"Ordinary Days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들의 기록"
2026. 7.17 - 11.1
화-금 12:00-17:30
토-일 11:30-17:30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울림, 경북 성주군 월항면 주산로 458
2026 프레리 개인전
Ordinay Days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들의 기록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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